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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클링이란? 재활용할수록 소재 품질이 달라지는 이유

SJ Kim 읽는 시간 약 12분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하면 수거된 제품을 녹여 다시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페트병은 계속 페트병으로, 플라스틱 용기는 계속 같은 용기로 반복해서 재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을 다시 가열하고 성형할 수 있지만 현실의 재활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은 처음 제품으로 만들어질 때부터 열을 받고, 사용하는 동안에는 햇빛과 산소, 습기, 충격 등에 노출됩니다. 재활용 과정에서는 다시 세척과 분쇄, 건조, 용융 등의 공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고분자의 구조와 첨가제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고 다른 재질이나 이물질이 섞이기도 합니다. 결국 처음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원래보다 요구 성능이 낮은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다운사이클링입니다.

다운사이클링이란 무엇일까?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원래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이나 성능이 요구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높은 품질이 요구되는 플라스틱 제품을 회수한 뒤 같은 수준의 제품으로 되돌리지 못하고 벤치, 화분, 팔레트, 건축자재 등 다른 용도의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운사이클링이 재활용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폐기하거나 소각했을 소재를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을 추가로 활용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원래와 동일한 제품으로 계속 순환시키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에서 품질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은 녹였다 굳힌다고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가열하면 유동성을 갖게 되고 다시 냉각하면 굳습니다.

이 특성 덕분에 기계적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녹이는 것은 얼음을 녹였다가 다시 얼리는 것처럼 완벽하게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플라스틱을 높은 온도에서 가공하면 고분자 사슬은 열과 산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압출기나 사출성형기 내부에서는 강한 전단도 받습니다.

조건에 따라 고분자 사슬이 끊어지거나 산화가 진행되면서 평균 분자량과 분자량 분포가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흔히 열화라고 합니다.

한 번의 재가공으로 모든 플라스틱이 크게 손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열이력이 반복될수록 소재의 상태가 처음과 달라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분자 사슬이 짧아지면 무엇이 달라질까?

플라스틱의 물성은 고분자 사슬의 구조와 길이, 배열 상태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재가공 과정에서 사슬 절단이 일어나 분자량이 감소하면 용융 상태에서의 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공할 때 수지가 흐르는 특성도 달라집니다.

최종 제품에서는 인장 특성이나 충격 특성 등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는 단순히 색깔과 외관만 확인하지 않습니다. 용도에 따라 용융흐름지수(MFR 또는 MFI)나 기계적 물성 등을 확인하여 원하는 범위에 들어오는지 관리합니다.

같은 PP나 PE라는 이름을 가진 재생원료라도 실제 가공성과 물성이 모두 같다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열화만이 아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 문제를 이야기하면 고분자가 열을 받아 약해지는 현상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혼입 문제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분리배출된 폐플라스틱에는 PET, PP, PE, PS 등 서로 다른 소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라벨과 접착제, 뚜껑, 인쇄층 같은 다른 재료도 함께 존재합니다.

선별과 세척 과정에서 이를 최대한 제거하지만 완벽하게 동일한 원료만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서로 잘 섞이지 않는 고분자가 혼합되면 재료 내부에 서로 다른 영역이 형성되고 그 경계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량의 다른 소재나 오염물이 제품의 외관과 냄새, 기계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재생원료의 품질은 ‘몇 번 재활용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처음 회수된 폐기물의 순도와 선별 수준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첨가제도 재활용 과정에서 변한다

플라스틱 제품에는 기본 수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산화방지제와 자외선 안정제, 안료, 충전제, 난연제, 가소제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첨가제가 사용됩니다.

이 중 일부 첨가제는 제품을 사용하고 재가공하는 동안 소모되거나 변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서로 다른 제품을 함께 재활용하면 각각의 제품에 들어 있던 첨가제가 한 원료에 섞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PP라도 한 제품에는 탈크가 들어 있고 다른 제품에는 탄산칼슘이나 다른 안료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제품들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재활용하면 최종 재생원료의 조성이 처음의 단일 소재보다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기본 수지뿐 아니라 첨가제와 충전제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페트병은 왜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기도 할까?

그렇다면 모든 플라스틱 재활용이 결국 다운사이클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용한 PET병을 회수해 다시 병용 재생원료로 활용하는 순환 체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원료의 선별과 세척, 오염 관리와 재생 공정을 적절하게 관리하면 비교적 높은 품질의 재생 PET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래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용도로 다시 활용하는 것을 폐쇄형 재활용 또는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재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다만 식품 접촉 용기처럼 관리 수준이 높은 제품으로 다시 사용하려면 단순히 PET라는 재질만 맞는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원료의 출처와 오염 정도, 재활용 공정, 최종 품질과 관련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합니다.

결국 재활용 후에도 높은 품질을 유지하려면 처음부터 깨끗하고 균일한 폐플라스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은색이나 여러 색이 섞인 플라스틱은 왜 활용처가 줄어들까?

재활용에서는 색상도 품질에 영향을 줍니다.

투명하거나 색상이 일정한 원료는 재생 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색상을 비교적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빨강, 파랑, 검정 등 다양한 색상의 폐플라스틱을 함께 녹이면 원하는 색상을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이미 플라스틱 내부에 들어간 안료를 단순한 세척만으로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재생원료는 다시 투명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어렵고, 짙은 색상의 제품이나 외관 요구 수준이 낮은 제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재료 자체의 강도가 충분하더라도 색상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다운사이클링을 단순히 ‘강도가 약해져서 낮은 제품으로 간다’고 설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활용 횟수가 많으면 무조건 품질이 계속 떨어질까?

이 부분도 단순하게 횟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플라스틱을 여러 번 가열하면 열이력이 누적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열화가 진행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품질은 수지의 종류와 가공 온도, 산소 노출, 수분, 안정제, 오염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활용 과정에서 새 원료를 일정 비율 혼합하거나 필요한 안정제와 첨가제를 보완하는 방법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라스틱은 정확히 몇 번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고 모든 소재에 공통되는 횟수를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매번 얻어진 재생원료가 다음 제품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만족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업사이클링과 다운사이클링은 무엇이 다를까?

다운사이클링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말이 업사이클링(Upcycling)입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소재에 디자인이나 기능 등을 더해 기존보다 새로운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활용하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거나 버려지는 소재를 가구나 생활용품으로 다시 제작하는 사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반면 다운사이클링은 재활용 과정에서 소재의 품질이나 활용 가치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요구 수준이 낮은 용도로 이동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두 개념 모두 폐기물을 다시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바라보는 방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재활용 시스템은 업사이클링과 다운사이클링이라는 두 단어만으로 모든 과정을 명확하게 구분할 만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재활용하기 쉽게 만들 수는 없을까?

가능합니다. 그래서 최근의 제품 설계에서는 사용 단계뿐 아니라 제품을 버린 이후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포장에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과 접착제, 금속 등을 복잡하게 결합하면 사용 중에는 뛰어난 성능을 얻을 수 있지만 재활용 단계에서는 재질 분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능한 한 단일 소재를 사용하고 라벨이나 접착제, 색상 등을 분리하기 쉽게 설계하면 재활용 과정에서 보다 깨끗한 원료를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재활용을 고려한 설계(Design for Recycling)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 때부터 ‘사용 후 이 소재를 어떻게 분리하고 다시 사용할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재활용 기술만 발전시키는 것보다 처음부터 재활용하기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운사이클링도 의미가 있을까?

다운사이클링이라는 단어 때문에 가치가 없는 재활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래 제품과 같은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하더라도 폐기될 소재를 다른 제품의 원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자원의 사용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품질 포장재로 다시 사용하기 어려운 재생 플라스틱이라도 필요한 성능을 만족한다면 팔레트나 화분, 건축용 제품 등 다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제품도 언젠가는 사용 수명이 끝납니다.

그 단계에서 다시 재활용하기 어려워진다면 결국 소각이나 폐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운사이클링만 반복하는 것으로 완전한 자원 순환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재활용에서 중요한 것은 횟수보다 품질 관리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설명할 때 ‘몇 번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모든 플라스틱에 공통되는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수지를 사용했는지,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얼마나 열화되었는지, 재활용 과정에서 다른 소재가 얼마나 섞였는지, 세척과 선별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PET나 PP라도 회수되는 원료의 상태와 재생 공정에 따라 최종 재생원료의 품질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플라스틱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활용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재질을 정확하게 분리하고 오염을 줄이며, 재가공 과정에서 열화를 관리하고, 처음부터 재활용하기 쉬운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운사이클링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개념입니다.

플라스틱은 녹여서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매번 완전히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소재가 거쳐온 열이력과 사용 환경, 오염과 혼합 상태가 다음 제품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자원 순환을 위해서는 단순히 ‘재활용했다’는 사실보다 재활용된 소재가 다음에도 가치 있는 원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품질을 유지하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SJ Kim

SJ Kim
요즘픽을 운영하며 생활 속에서 접하는 플라스틱과 다양한 소재에 관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소재의 특징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물성이 달라지는 원리와 실제 제품에서의 활용까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콘텐츠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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